Invitation - Secret Garden
아마 여기 이 길로 올 테지.
이슬도 마르지 않은 이른 시각에
좁은 농로에 서서 길 끝을 응시 하노라니
가뜩이나 흐릿한 눈에 안개까지 겹쳐
몇 발 되지 않을 그 길이 아릿하도록 멀다.
미리 와서 번개준비로 애쓴 사람에게
솟대라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서
가까운 산에 떼죽나무가 있는지 물었더니
"낼 아침 일찍 함 가볼까요?" 하기에
말 그대로 일찍 일어나 목 빼고 기다렸는데
진짜 오리무중에 감감무소식이다.
"낼 아침 일찍 함 가볼까요?"에 대한
말 한 사람과 들은 사람의 차이려니....
에라~ 모르겠다.
안 오는 사람 기다리느니 꽃구경이나 하자 싶어
휘적휘적 헤집으며 살펴보니
꽃잎에 맺힌 이슬이 구슬처럼 반짝인다.
그 중에 이 녀석을 만났는데
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석처럼 섰다.
밤새도록 이 자세로 엎드려 있었을까?
벌이면 당근 돌아 갈 집이 있었을 테고
글타면 이런 풍찬노숙(風餐露宿)은 안 할 텐데
대체 무슨 사연으로
꽃 인양 붙은 채 젖어 있을까?
가물가물한 시력 탓에
찍은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죽은 건 아니다 싶지만
글타고 산 것 같지도 않다.
꽃 한 송이와 곤충 한 마리로 인한
길가의 상념이 강아지 꼬리 물듯 뱅뱅 돈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흥건하던 이슬도 스러질 무렵
떼죽나무는 이미 잊은 채 돌아서는데
들판에 세워 둔 늙은 차 위에 흘러내린
풍진세상(風塵世上)의 매연땟국이 거슬렸다.
걸레를 꺼내들고 때 아닌 세차를 하면서
이른 아침의 세차는 이슬 탓인가 이슬 덕인가?
또 쓸데없는 생각이 인다.
공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녀석이 있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없다.
사라졌는지 못 찾은 건지 알 수 없지만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마음은
살아 돌아갔으리라 믿으며 돌아섰다.
오케바리!
관.할.세.레.음.루.보.야.살...
그들은 그 후로도 두 시간 뒤에야 왔다.
마음에 차는 와인을 사려고
시내 마트를 깡그리 뒤졌다나 어쨌다나...
말은 자의적 해석으로 왜곡될 수 있고
내가 알지 못했던 시선 밖 어떤 세상에는
가사상태를 생존전략으로 택한
납작 엎드린 여린 삶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보는 아침산책이었다.
늦게 온 그들에게 감사를...
태풍길목의 모든 생들에게 자비를..._()_
-2018.10. 05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