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뭔 줄 아시겠지요?
반의반쪽님이 손수 제작한 보트랍니다.
근 일년이나 걸려서 완성한 건데
지난 주에 2차 시운전 하러 갔습니다.
공방에서 볼 땐 제법 크다 싶었는데
차에 싣고 보니 작아 보여 은근히 겁이 나지만
명색이 바닷가 출신인데 겁난단 말도 몬하겠고...
부산 송도해수욕장에 띄웠습니다.
아직 철이 아니라서 사람도 별로 없고
모래사장이라서 띄우기고 수월해서 좋았네요.(지금까지는...)
선주겸 선장이신 반의반쪽님...
강바람 단독? 승선했습니다.
선체침수여부, 균형, 복원력, 안전성, 흘수선 체크,
노의 무게, 운동성, 저항성 및 추진력, 직진성과 회전력...
암튼, 제가 알고 있는 배의 제반사항을 점검 해봅니다.
나무로 만들어서 일단은 외관이 이쁩니다.
-흠~~ 뚝배기도 이뿌지만 장맛도 괘안네...제법인 걸...-
생각보다는 안전하더군요.
슬슬 나가봅니다. 태평양으로...
이 곳 송도해수욕장은
왕년에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였었는데
산업발달과 인구밀집으로 인한 오염으로
이름만 해수욕장일 뿐 외면당한 채 수십년 살아오다가
개발과 단장으로 근년에 다시 부활하여
옛 명성을 되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산책로는 해안절벽으로 연결 되어
많은 관광객이 오가고 있었고
낚시꾼들도 삼삼오오 장대를 드리우고 있는데
2마력 짜리 포싸이클 선외기를 가동하여
뽈뽈뽈~~ 해안을 따라 나아가니 모두들 쳐다봅니다.
이 사람들...배 구경 첨하나?
저기 멀리 보이는 섬이 두도입니다.
감천항 앞에 있는 섬인데 등대가 있는 무인도랍니다.
일달은 저곳이 목표입니다.
가자...이랴...태령양으로...
노를 저었더라면 아마 팔이 뻐근했을 테지만
엔진 덕으로 편안하게 해안절경을 감상하며 갔습니다.
파도가 제법 촐랑촐랑합니다.
넘실넘실 잘 넘어 갑니다.
생각 보다는 훨~ 안전함을 몸으로 체험하고 나니
배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높아 졌습니다.
마음 같아선 대한해협이라도 건널 듯...
일단 두도에 닻을 내렸....아니,
달랑 들어 올렸습니다.
엔진 포함하고 이런저런 보따리까지 포함해도
둘이 앞 뒤에 서서 한손으로 들어 올렸으니 배의 무게는 미루어 짐작하시길...
인생항해도 이렇게 좀 가볍게 했으면...
감천항을 배경으로 한 컷했습니다.
노리끼리~한 배의 색깔과 흰 포말이 잘 어울립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묵는 것 부터 해결해야지요.
그래봐야 라면이 전부지만...
하지만 우습게 보지 마이소...
무인도에서 끓여 먹는 라면 맛이라니...캬...
커피까지 한잔하고 등대로 올라갔네요.
바위에 바짝 엎드린 찔레...우짜다가 여까지...
그늘진 풀섶에 괭이밥도...
살아 남을라꼬 풀보다 더 높이 솟았네요.
이건 또 뭐꼬?
달개비? 닭의장풀?
이 섬에 닭장도 없을 긴데...오데서 날아 왔을꼬?
반쪽이님입니다.
계단까지 만든 걸 보니 등대 세울때 고생 좀 했겠습니다.
내 인생항로에도 이처럼 누군가 지켜 주는 이 있으려니...
솔개가 낮게 배회하는 걸 보니 생명이 있나보다 했더니
토끼들이 살고 있네요...
풀이 있으니 그거 묵고 살겠지만 겨울에는 우얄지...
하긴 남쪽이라서 웬만한 풀들은 월동하지만...
멀리 태종대가 보입니다.
그 앞의 주전자 섬도...
점점이 떠 있는 것은 장기정박 중인 외항선들이고..
섬꼭대기에 핀 찔레꽃인데
아뿔사....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반쪽이님이 배터리 준비를 못해서
이제부터 진짜 험난한 여정을 찍지 못했습니다.
다대포항을 돌고, 쥐섬을 돌고...
돌아오는 길 때마침 불어온 동남풍으로 고생 좀 했는데...
그걸 못 찍어서 정말 아쉽네요...
송도해수욕장에 무사히 도착해서
해변에 끌어 올려 놓고 보니
바다에서 타고 있을 땐 몰랐는데 정말 너무 작더군요.
저걸 타고 근 백여리를 돌아 다녔으니...
무모한 건지 간이 큰 건지...
하지만, 담에 또 갈겁니다...태평양을 향해서...
항해 그 거 뭐 별거 겠수?
밀리기도 하고, 막히기도 하고, 파도 때문에 짠물도 좀 뒤집어 �지만
까이꺼...조금 돌아가고 조금 쉬어 가면 다 가는 것을...
이것들...
낙지와 멍개와 해삼이고
잘 아시는 전복이고...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개불이라는 건데
그날 무인도인 두도에서 잡은
것이 아니라
다음엔 이런 것들을 꼭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뒷날 자갈치에서 먹은 걸 참고자료로 올린겁니다.
기대하이소.
담에 기필코 이들을 체포해 올테니
그때 다들 오이소. 제가 쏘겠습니다...^_^
-08.06.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