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마음만 가을

강 바람 2014. 11. 4. 17:55

 

가을이라지만

제대로 된 단풍 한 닢 구경 못하고

이른 아침 시청 앞 정류장에 나갔다. 

 

느티나무에 기대어

아침햇살 부서지는 도로에 시선주고

일행을 기다린다.

일요일 시청 앞은 관광버스의 임시주차장이 되고

색색의 등산복차림들이 분주하다. 

 

미화원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심술궂은 바람이 후르르 훑으며

쓴 자리엔 다시 또 가을 잔해가 쌓이지만

어차피 낼 아침이면 또 쓸어야 되니

한번 쓸고 지나간 미화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무와 잎은 찬 보도블록에서 다시 만나고

바람은 그들을 다시 갈라놓고... 

 

그림자가 마치

나뭇가지에 앉은 새 같아서 찍으려는데

바람이 포르르 달려와 밀어 내고

다시 좇아가 찍으려면 또 밀어 내고

겨누고 있을 시간이 없어 퍼떡 찍었더니

흔들린 채 요 모양으로 나왔다.

개 눈에 뭣밖에 안 보인다더니...ㅎ 

 

여기저기 단풍타령이던데 

아직은 은행잎도 파랗게 살아있는 부산에선

우중충한 낙엽만 보일 뿐 가을을 느낄만한 건 별로 없으니

할매가 내 놓은 두툼한 바지를 되 물리고

굳이 얇은 여름바지를 꿰고 나온 것은

아직 가을을 보내기 싫기 때문이다.  

 

낙동강에 나가

초등생 꼬맹이들과 모래톱 갈대 구경 하고 

 

돌아오는 길엔

운 좋게 가마우지 떼를 만나 

꼬맹이들과 소리도 질러봤다. 

 

가을은 저만큼 가고 있는데

방안에 들어앉아 가을을 배웅하고 있으니

금년 가을앓이는 청승으로 끝나지 싶다....^^

 

-14.11.04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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