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지만
제대로 된 단풍 한 닢 구경 못하고
이른 아침 시청 앞 정류장에 나갔다.
느티나무에 기대어
아침햇살 부서지는 도로에 시선주고
일행을 기다린다.
일요일 시청 앞은 관광버스의 임시주차장이 되고
색색의 등산복차림들이 분주하다.
미화원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심술궂은 바람이 후르르 훑으며
쓴 자리엔 다시 또 가을 잔해가 쌓이지만
어차피 낼 아침이면 또 쓸어야 되니
한번 쓸고 지나간 미화원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무와 잎은 찬 보도블록에서 다시 만나고
바람은 그들을 다시 갈라놓고...
그림자가 마치
나뭇가지에 앉은 새 같아서 찍으려는데
바람이 포르르 달려와 밀어 내고
다시 좇아가 찍으려면 또 밀어 내고
겨누고 있을 시간이 없어 퍼떡 찍었더니
흔들린 채 요 모양으로 나왔다.
개 눈에 뭣밖에 안 보인다더니...ㅎ
여기저기 단풍타령이던데
아직은 은행잎도 파랗게 살아있는 부산에선
우중충한 낙엽만 보일 뿐 가을을 느낄만한 건 별로 없으니
할매가 내 놓은 두툼한 바지를 되 물리고
굳이 얇은 여름바지를 꿰고 나온 것은
아직 가을을 보내기 싫기 때문이다.
낙동강에 나가
초등생 꼬맹이들과 모래톱 갈대 구경 하고
돌아오는 길엔
운 좋게 가마우지 떼를 만나
꼬맹이들과 소리도 질러봤다.
가을은 저만큼 가고 있는데
방안에 들어앉아 가을을 배웅하고 있으니
금년 가을앓이는 청승으로 끝나지 싶다....^^
-14.11.0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