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사냥 움막집 주방에 꾀죄죄한 사내 둘이 한 끼 식사를 위해 서성거리는데 주먹만한 말벌 한 마리가 정신 사납게 날아 들었다. 윙윙~~울리는 날개소리는 거의 위협 수준이다. 한 사내가 살충제를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발사 했더니 말벌은 창문 구석에 머릴 박고 발발 떨며 제자리 돌림을 한다. 그 사내, 집게로..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6.05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개불알풀꽃 나른한 봄날에 길곡님 농장에 갔더니 쏙쏙 올라오는 이름도 모를 꽃들이 지천에 깔려 한 발 내딛기 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이곳저곳 배회하다가 문득, 나물 좋아하는 아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습니다. 이름 모름 '쑥을 어떻게 캐노?' '칼로 밑둥을 자르면 되지...' '손으로 뜯으면 안돼나?'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4.06
자장면 '자장면 한 그릇 사주이소.’ ‘웬 자장면?’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티비에 나오는 거보니...’ '시키면는 되지 새삼시럽게 묻기는...' '당신이 사주는 거로 묵고 싶어서...' ‘시켜라.’ ‘뭐 시킬까요?’ ‘맛있는 거로...’ 그렇게 시킨 자장면을 마주 앉아 먹다가 ‘그런데 와 자장면이 먹고 싶..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3.20
춘설 '폭설로 인하여 장산초등학교 휴교하오니...." '엥?? 웬 폭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관리실 안내방송에 튕겨나듯 잠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학교 옥상 너머로 앞산이 하얗더군요. '햐~ 밸일이네, 이거 얼마만이고... 한 겨울에도 보기 힘든 눈인데...' 강원도 출신이다보니 처음엔 부산 눈촌사람들한..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3.14
감사합니다. 무소유...무소유... 말이 아닌 실천으로 가르침 주신 아름다운 분 그 말씀처럼 행할 수도, 행할 념도 없이 살지만 그럼에도 그 말씀 되새겨 보는 것은 내 부끄러운 행실을 눙치려는 얄팍한 위선인지도 모른다. '말 빚이 두렵다' 떠나시면서 남기신 날 선 말씀에 또 한 번 움찔한다. 감사합니다...() -10.03.12..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3.12
봄기운 돋보기 꼴이 말씀아니다. 달라 붙은 나뭇가루가 밀가루 뒤집어 쓴 듯하다. 담배 한 대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나뭇가루 사이로 먼지 알갱이 만큼의 지난 세월이 얼핏 섞여 보인다. 세월따라 안경알은 나날이 두꺼워 지고 그럴때마다 촛점 없는 시선은 허공을 맴돈다. 껍질에 덕지덕지 앉은 시간을 가..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2.24
실없는 하루 봄인듯 따스한 날 주말이면 어김없이 스며드는 곳. 누렁이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아니, 갑자기 따뜻해지니 나른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젠 제법 낯이 익어서인지 짖지도 않고... 목련이 이런 모습으로 겨울을 나려나보다. 삼한사온이 사라진 수상한 시절이니 지난 가을부터 필듯 말듯한 철없는 모습이..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0.01.22
또 한 해가 가는 군요 휘적휘적 돌아 다니며그 길에서 만난 숱한 사람, 사람들...그리고 나무들... 그렇게 금년에도 강바람으로 살았습니다. 이 나무 토막을 선택한 이유는 끝에 달린 나뭇잎 석장 때문이었습니다. 떨어지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그 생은 마감되어 낙엽과 다름없지만 바스락거리는 위태로운 저 석장의 나뭇잎..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9.12.24
1에서 10까지... '난, 중간 꺼...' '5번?... 6번?' '6번...' '이기 육인지 군지...'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 보니 5더군요. '5네...그럼 이건 내 묵으께...' '사번 항개 찾아 주이소' 뒤적여봐도 안 보이기에 '고마 5번 마시라, 내가 6번 마시께...' 이렇게 골라 먹다보면 박스 바닥엔 1,2,3번과 8,9,10번만 남는데 낮은 숫자는 달고 높은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