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장난 하는교? 소라껍데기를 들고 요리조리 앉음새를 살펴보고 있는데 놀리듯 한마디 건넨다. "소꿉장난 하는교?" "놀아줄래?" 질세라 한마디 했더니 잘못 건드렸다 싶은지 대꾸도 없이 자리를 뜬다. 부처님오신 날이 퍼떡 지나야할 긴데... 여기저기 화분을 뒤적거려 뿌리가 실한 괭이밥을 한 숟가락 떴다. 뿌리만 실..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전복과 괭이밥 지난번 어떤 귀(耳?)인이 주신 책을 펼쳤다. 노안을 핑계로 책을 놓은 지 수 삼년인데 책 내용이 편해서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다보니 눈이 침침해진다. 밖을 내다보며 눈 쉼을 하는데 쌓아놓은 전복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바람의 자폐증이 다시 발동한다. 화분에 괭이밥이 노란 꽃을 물고 있는..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제비꽃 일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봄이면 제일 먼저 기다려지는 제비꽃. 그 작은 꽃 한 송이가 자꾸 보고 싶어지데요. 특별한 사연도 없이 첫눈에 반한 참 이상한 인연인데 기다려지고 보고 있으면 편하고 그러다 불쑥 가련한 생각도 드는 꽃. 보도블록 사이에 담장 틈새에 양지바른 언덕에 삭풍 견딘 뒤 봄바..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작고 작은... 봄바람 맞으며 들에 나갔습니다. 혹여 제비꽃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제비꽃은 보지 못하고 바위틈에서 바람 피하고 있는 자잘하지만 아린 작은 생들을 만났습니다. 꽃 이름 모르시더라도 제게 묻지 마이소. 제일 외우기 힘든 게 식물이라서 심마니 선생님으로부터 늘 빵점 맞거..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냉이 꽃 아들아 내 어릴 적 이맘때 찬바람 비집고 솟은 풀 그 뿌리 밀가루 한 줌 버무려 유월전쟁 뒤끝의 궁핍을 버텼단다. 그로 해서 냉이 꽃은 아비의 슬픈 꽃이었단다. 아들아 내 어릴 적 이맘때 파릇파릇 보리 싹 크는 소리 귀 기울이며 소나무껍질을 헤집었단다. 뽀얀 그 속살을 껌처럼 씹으..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야한 풍경 그렇게 야한 건 아닙니다. 아직 바람이 차서 그런지 냉이의 치마가 좀 짧았다는 것이 야하다면 좀 야할 뿐. 그리고 봄나물 캐는 아낙의 그저 그렇게 나른한 野한 봄 풍경일 뿐입니다. 밤이라고 뭐 특별하겠습니까? 낮보다 쪼매 야하다 카몬 귤이 껍질을 살짝 벗었다는 것, 그런 정돕니다. 그리고 잔 받..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주절주절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오가는 차들의 불빛만 저마다 바쁘고 비가 오는지 마는지 허공은 어둠뿐인데 다만, 바퀴에 깔린 자지러드는 물소리와 불빛 속에서만 하얗게 반사되는 빗줄기로 비가, 봄비가 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밤의 공기는 아직 찼었지만 자꾸 봄비였다고 우기고 싶네요. 그렇..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봄은 창가에 “씻고 밥 묵읍시다.” “기냥 묵을란다.” “손이라도 씻고 오이소...” 이거 무신 다 늙어서 어리광도 아니고... 몸이 먼저 봄을 느꼈음인지 나른하고 흐물흐물한데 아이들이 온다하니 나가긴 틀렸고 에라! 오늘 하루만이라도 실컷 게을러보자 싶어 뒹굴 거리며 하루를 지내보니 하고 싶으면 하고 싫.. 카테고리 없음 2006.08.21
둔치도 나드리 일요일만 되면 그냥 좀이 쑤시고 안 나가면 괜히 손해 보는 것 같고 심지어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불쑥 솟기도 하니 병인지...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인지... 새로운 인연에 대한 설렘과 나와 다른 삶을 엿볼 욕심으로 가랑거리는 이슬비 맞으며 찾은 둔치도. 묻고 물어도 돌고 돌아도 헷갈리는 길. 어.. 바람소리/방문·만남 200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