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고픈 밤 화분에 물 준뒤 꼭 주고 받는 말이 있다. "하는김에 좀 쓸어내지..." "나놔라, 한꺼번에 버리면 되지..." 가을 낙엽은 물론이고 동백이 묵은 잎을 털어내는 이즈음에도 아내와 주고받는 언쟁 아닌 언쟁인데 영산홍까지 지면서 베란다를 어지럽히니 아내는 지저분하다고 타박이고 나는 그건 그것대로 운..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연 오면 가는 게 인간사이고 그런 줄 알면서도 연 맺는 것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정이 앞서기 때문이려니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연도 가느다란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음이고 그 실 저편에 마음 조리는 사람의 손이 있음이니, 솟구치면 늦추고 기웃거리면 북돋고 주저앉을라치면 이끌고 함께 뛰기도 하..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메밀꽃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아침부터 해놓은 컴 작업이 고마 일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려...넘어진 김에 쉬어 가랬다고 카메라 들고 동네를 휘적거리다가 꽃집 앞에 유독 눈길 멎는 꽃이 있어 물어봤더니 메밀꽃이랍니다. 그것도 개 메밀이라네요. 하두 예뻐서 일단은 한 컷 찍고 요리조리 들..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0
무거운 등짐... 무위도식하기엔 어중간한 나이고 그 어정쩡한 꼴이 맘에 차지 않아 새삼 기술 서적을 들여다 보고 관련 사이트 뒤진다고 며칠 헤맸습니다. 써먹을 일 없을거라며 잊었던 단어들을 어렵게 기억해내며 그렇게 몰두 해봅니다. 덤벼들긴 했는데 딱히 즐겨서 하기보다는 뭔가를 해야겠다는 책임 또는 의무..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14
괭이밥의 더부살이 화분에 물 주다보니 동백나무에 괭이밥이 자리잡고 있다. 가지가 부러져 나간 자리가 오랜 시간 아물면서 생긴 화산의 분화구 같은 곳인데 화분 표면에서도 한뼘이나 높은 곳을 괭이밥 씨앗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다. 뿌리나 제대로 있는지 궁금해서 들여다 봤더니 웅덩이의 이끼에 의지해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9.29
비가 올듯한 느낌이라서... 하늘이 금방이라도 한 줄기 쏟아낼 듯하더니 울고 싶은 아이 억지로 참고 있는 것처럼 울먹거리기만 할 뿐 아직은 잘 참고 있네요. 심란할 땐 한줄기 퍼붓는 것도 괘안은데... 저의 이 창고 아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냥 창고라서 밸로 볼 것도 없고 그동안 소문내지 않아서 많이 오시지는 않..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9.05
사랑을 배웁니다. I Feel Love 나무 동가리 하나 들고 이리보고 저리보며 무엇에 쓸까? 고민하는 그 시간이 내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어느 것은 색이 좋아 좋아하고 어느 것은 결이 좋아 좋아하고 어느 것은 무늬가 아름다워 좋아하고 어느 것은 그 숨결이 좋아 좋아하며 이 나무조각 하나로..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5
기분 좋은 날 예전 같잖아서 빗줄기가 심하면 시야가 흐리고 왔다 갔다 하는 와이퍼 때문에 산만해서 이런 날은 운전하기 싫어집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쏟아지는 장대비로 우야꼬...망설이다가 고마 맘 편케 살자 싶어 버스 타고 가는데 딩동~~ 메시지 도착 알림이 들리데요. 또 광고려니 하면서도 궁금해서 들여다..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소꿉장난 하는교? 소라껍데기를 들고 요리조리 앉음새를 살펴보고 있는데 놀리듯 한마디 건넨다. "소꿉장난 하는교?" "놀아줄래?" 질세라 한마디 했더니 잘못 건드렸다 싶은지 대꾸도 없이 자리를 뜬다. 부처님오신 날이 퍼떡 지나야할 긴데... 여기저기 화분을 뒤적거려 뿌리가 실한 괭이밥을 한 숟가락 떴다. 뿌리만 실..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
전복과 괭이밥 지난번 어떤 귀(耳?)인이 주신 책을 펼쳤다. 노안을 핑계로 책을 놓은 지 수 삼년인데 책 내용이 편해서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다보니 눈이 침침해진다. 밖을 내다보며 눈 쉼을 하는데 쌓아놓은 전복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바람의 자폐증이 다시 발동한다. 화분에 괭이밥이 노란 꽃을 물고 있는..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