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덥다 머리카락을 뒤적이던 할매가 까만 내 머리카락에 대한 심술인지 아니면 자신의 하얀 머리카락에 대한 푸념인지 괜히 쥐어박으며 한마디 한다. "에이 씨~! 내 머리는 하얀데..." "이것도 다 내 복이지 뭐 " "아니, 그동안 내가 걷어 먹여서 그렇지 그기 우째 당신 복인교?" 아차! 목소리에 힘..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7.15
봄날은 간다 봄 기다리던 성급함이 눈처럼 날리는 꽃잎에 조바심으로 바뀌어 제비꽃이 피었을라나 집을 나섰더니 절정의 산 벚은 하얗게 앞을 가린다. 양지꽃피면 제비꽃도 피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땅만 살피고 걷는데 있다. 피었다. 사실 흔하기로 말하면 제비꽃만 하랴만 그럼에도 이 녀석 보기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4.02
제삿날에 Memories Of You 제수祭需 준비로 분주한 곁에서 마땅히 거들일이 없다보니 괜히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찜통 좀 갖고 오라는 분부가 떨어졌다. 잽싸게 들고 와서 '어디 둘갑쇼?" 했더니 거만한 턱짓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거기!"란다. "거기?!" 항변의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돌아온 말은 "부..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3.13
봄바람 "당신 칠순에 오붓하이 여행 한번 가입시다." "좋지러" "삼박사일이면 되겠지요?" "택도 음따" "그럼, 사박오일?" "일주일도 모자랄 긴데..." "일주일씩이나요?" 기분 내켜서 한말 기분 좋게 받아줄 것이지 아직 2년이나 남은 칠순 지금 따져 뭣하랴 "마, 일박이일도 괘안타" "그때에도 운전할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3.02
동백꽃 You will Always on my mind - (Chris De Burgh 설한풍雪寒風 하얀 밤을 핏빛으로 지새다가 홍상紅裳에 그리움 품은 채 생살로 지는 꽃 입술에 방울진 그리움이 눈에 밟혀서 차마 쓸어 담지 못하다가 거뭇하게 번지는 얼룩이 내 손등에 눌어붙은 검버섯 같아 얼른 비닐봉투에 담아버렸다. 생살로 지는..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2.25
오늘도 방콕... 어제 만들어 놓은 겁니다. 세워도 보고 눕혀도 보다가 이렇게 했습니다. 모양자체가 한 마리의 새 같아서요. 아래의 꼬불꼬불한 녀석은 접목했고요. 오늘 새 한 마리 얻어놓고는 끝입니다. 다 됐다는 게 아니라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라 집중할 수가 없어서 입니다. 하던 걸 마저 끝내고..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1.27
유부도를 찾아서... Water is wide 금강하구로 나들이 나섰습니다. 어름 낀 강심엔 조는지 노는지 알 길 없는 검은 점 한 무리도 어름처럼 기척 없고 가장자리 얼음장 위엔 하릴없는 두루미가 멍하니 서있데요. 녀석들 노는 것 지키다가 돌아오는 길에 유부도가 머냐고 물었습니다. 물때가 맞지 않아 갈수 없다는..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1.22
짧은 만남 긴 여운 sundancer 사진으로만 보면 겨울이기보다는 볕 좋은 가을 같다. 좀 이른 시각이어서인지 주말치고는 한적하다. 미나리꽝 옆 두어 뼘 도랑에 계곡물이 얼음사이로 떨어지는데 그림으로는 영락없는 폭포다. 얼음 속에 갇힌 초록이끼를 보니 몸이 부르르 떨린다.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1.12
아침산책 Sad Lisa - Chyi Yu 아침부터 언짢은 일이 터져서무거운 몸 일으켜 산책길에 나섰네요.햇살은 좋은데 내려앉은 기온과 맞받아치는 냉랭한 바람이 웅크린 어깨를 지나 귓불을 핥습니다.추위에 아랑곳없이 한 무리의 새떼가 강심에 분주한 것이 녀석들은 추위도 모르나봅니다. 숲에 드니 쌀쌀합니다.째째째~ 소리 요란해서 지니고 간 쌍안경으로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지만숲을 흔드는 까치소리에 재잘거림은 사라지고숨죽인 숲은 일시에 정적에 싸입니다.까치란 녀석이 사납긴 사나운가보네요.까치 사라지니 바람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숲을 깨우기에카메라 겨누고 두리번거리다가용케 찾아낸 새 한마리에 렌즈를 맞추면녀석은 어느새 포르르 날아가고찍으려면 사라지고 또 찾고 겨누고 사라지고...움직이지도 못하고 눈알만 굴리는데 발 시리고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3.01.09
눈 내리는 날에 Rainbow Song 외 ... 나이 먹으면 밥 힘으로 산다는데 밥 맛 없는데다가 게으름까지 더해서 멍하게 며칠을 보냈다. 딱히 무슨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똥가리 만지는 것도 심드렁하니 치통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켜켜이 껴입고 산 초입 들러 붕어빵 세 마리 사들고 산길에 접어드니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1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