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공훈련 애~애~앵~~~ 다급한 경고음에 도시는 멈춰버리고 숨넘어가는 사이렌의 긴 여운은 구석구석의 잡다한 소음들까지 빨아들이며 천천히 천천히 거만하게 사라진다. 차도 사람도 비도 멈추고 도시의 정적이 불안했던지 어정거리던 비둘기마저 슬그머니 꽁무니를 감추고 고요하다. 소음으로부터 해방된 고..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7.03.15
멍게 멍게 저야 어촌 태생이라서 이 녀석 보면 환장을 하지만 간혹, 징그럽다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데요. 그럴 땐 참 희안한 사람도 다 있다 그랬는데 경상도로 이사와서 계피나 방아 안 먹는 나를 보고 참 희안한 사람도 있다는 듯 멀건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먹성이 까다롭거나 특이해서가 아..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7.03.07
봄 소식 노가다 번개를 핑계로 천년고도 경주를 찾았다가 노가다는 커녕 술만 묵고 말았네요. 잠자리가 낯설어선지 밤새 뒤척이다가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데 코끝에 닿는 바람이 알싸하고 손마저 시리니 아직 봄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았습니다. 나뭇가지에 곤줄박이 녀석이 앉았기에 반가..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7.02.25
경주 작업현장 방문 명칭은 "경주 노가다 번개" 인데 노가다는 동산님 혼자 쪼매 하고 나머지는 그냥 땡땡이 치고 구경만 했습니다. 신라시대의 거주지와 생활상을 재현한 관람, 문화, 오락, 숙박, 체험을 겸한 공원 형태의 시설물인데 보문관광단지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 같았습니다. 썬님은 안내 한다고 세바퀴나 돌았으.. 바람소리/방문·만남 2007.02.25
인형 엊그제 베란다 빨래대에 사자 두 마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녀석이 가지고 놀다가 깜빡 잊고 간 걸 할매가 빨아서 널어 놓았는가 봅니다. 햇살 좋은 아침에 이 녀석들 보니... 하라버지 심심해요. 하라버지 보고 싶어요. 수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 오는 녀석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음 달 5.. 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2007.02.23
콩순이 언니 열흘 전 멀리 떼 놓고 와서 마음이 좀 그랬는데 엊그제 녀석이 설 쇠러 왔습니다. 모처럼 만나서 그런지 열흘 사이에 훌쩍 큰 듯합니다. 콩순이 인형을 업고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품이 미리 언니 연습이라도 하려나 봅니다. 그 몸짓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식구들의 웃음소리도 그치질 않으니 녀석의 .. 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2007.02.18
실상사에서 새벽을 만나다 지리산 딸내미 군산에 데려다 주고 낯선 길을 돌아오다가 지리산 실상사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실상사를 보고픈 게 아니라 그곳에 사는 한 얼굴이 떠올라서였습니다. 어렵잖게 찾은 그 곳에서 여전히 수줍게 웃는 선한 얼굴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인연도 어느듯 삼년이지만 자주 만나거나, 특별한 머.. 바람소리/방문·만남 2007.02.09
건강하거라 할배는 바닥에 눕고 녀석은 침대에 누워 올려다보고 내려다본다. 맥주 한잔으로 불콰해진 할배 얼굴과 분홍색 침구에 파묻힌 녀석의 얼굴이 서로 붉게 물든 채 언제 또 이런 자리 있으랴 싶어서 재잘거려봤지만 녀석은 헤어짐이 뭔지도 모르고 새 방, 새 침대만 마냥 좋은 듯... 멀리 떼 .. 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2007.02.09
둥지 "저거 새집 아이가?" "뭔 새가 아파트 화단에 집을 지었노?" "봐라, 저기 새둥지다, 니 첨 보재?" "아이다, 테레비에서 봤다." "집이 쪼매한거 보이 참샌갑다" "새가 있긴 있는기가?" "@)(*()&%)(!*)%^(*#......" 아파트 조경수 위에 조그만 둥지가 있기에 그것 찍는다고 까치발로 카메라를 겨누고 있..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