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경북 김천 어느 골짜기에 젊은 부부가 똘망똘망한 삼남매를 거느리고 바람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단칸방에 다섯 식구 북적대기 어려워 허물어진 사랑채를 수리하는데 어찌어찌 인연되어 거들어 주기로 했다기에 함께 따라 갔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꿈꾸며 깊디깊은 골짜기를 찾아 들었지만 그 꿈은 .. 바람소리/방문·만남 2006.10.23
동행 이른 아침 빗소리에 깨어 멍한 시선을 창밖에 던지고 있다가 홀린 듯 수영강변으로 나간다. 길하나 건너면 바로 그곳이 강이건만 게으른 바람은 겨우 사흘에 한번 정도... 육중한 교각으로 도시의 흔적은 지울 수 없지만 눈을 돌려 강변을 훑어본다. 옮기는 걸음 따라 튀어 오르는 물방울로 바짓가랑이..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채송화 며칠째 속이 좋잖아 끙끙거리며 핏기 없이 늘어져 있는데 사위가 와서 바람이나 쐬러 가잡니다. 나가는 것조차 귀찮았지만 일부러 시간 내서 청하는 일인데 무시하기도 그렇고 해서 따라 나섰더니 오늘도 바닷가로 길을 잡네요. 길가 조개구이 집에 앉아 술 한 잔 하는데 평소엔 낮에 잘 먹지 않았지..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비가 내리네 비가 내린다. 멍하니 바라본 장산은 운무에 싸여 한발 더 멀리 물러나있고 아이들 웃음소리 끊긴 길 건너 초등학교는 오늘따라 유난히 낮게 엎드렸는데 공사장 크레인만 내려앉은 하늘을 떠받치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무심히 빗속에 서있다.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조롱조롱한 빗방울은 구슬처럼 반..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압력밥솥 흐르는 강물을... 그림 한 장 소개합니다. 무엇을 느끼십니까? 저는 힘을 느꼈더랬지요. 응집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듯하고 용암이 분출하는 것 같기도 하며 속에 든 응어리를 사정없이 발산시키는 것 같은, 암튼 뭔가 속이 확 뚫리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 덕분이었는지 우엤는지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술 고픈 밤 화분에 물 준뒤 꼭 주고 받는 말이 있다. "하는김에 좀 쓸어내지..." "나놔라, 한꺼번에 버리면 되지..." 가을 낙엽은 물론이고 동백이 묵은 잎을 털어내는 이즈음에도 아내와 주고받는 언쟁 아닌 언쟁인데 영산홍까지 지면서 베란다를 어지럽히니 아내는 지저분하다고 타박이고 나는 그건 그것대로 운..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한잔 하고 가이소 어느 분이 그럽디다. 작은 것에 정주고 사는 게 부럽다고요. 배우고 싶다고요. 저의 자잘한 것들에 대한 이야긴가 싶은데 괜히 추켜세우시느라 하신 말씀이겠지요. 굳이 배울 거 없다 그랬습니다. 나도 하루종일 그런맘으로 사는 게 아니고 어쩌다 잠시 눈길 한 번 주는 것 뿐이라 그랬습니다. 그렇게 .. 카테고리 없음 2006.10.23
연 오면 가는 게 인간사이고 그런 줄 알면서도 연 맺는 것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정이 앞서기 때문이려니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연도 가느다란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음이고 그 실 저편에 마음 조리는 사람의 손이 있음이니, 솟구치면 늦추고 기웃거리면 북돋고 주저앉을라치면 이끌고 함께 뛰기도 하..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6.10.23
삼랑진 번개 다요 음악회에 참석하였다가 늦은 시각에 삼랑진으로 가는 바람에 뭐 하나 돕지도 못하고 주는대로 넙쭉 묵기만 했습니다. 염소국물라면탕... 염소 숯불구이에 쇠주 한잔...오늘은 한병...ㅎ 소원이던 동산님 사모님의 아코디언 연주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완전히 음악의 밤입니다. 가을 밤에 듣는 아.. 바람소리/방문·만남 2006.10.23
다요 작은음악회 시월 하순이지만 여름처럼 따뜻한 날 작은음악회에 참석하고자 다요를 찾았다. 찻집은 아직 조용한데 현수막과 돌담 밑 코스모스가 반긴다. 힘은 없지만 혹시 거들 일 있으려나 싶어 일행 부부와 함께 좀 이른 시간에 들어 섰는데 워낙 부지런하고 확실한 쥔이신지라 식탁용 판재 석장과.. 바람소리/방문·만남 200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