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벽조목으로 반지를 만들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준단다. 내 손가락에 걸어봐야 금방 깨질 거고 아내에게 줄 요량으로 만들면서 하는 김에 흑단도 몇 개 만들었는데 아내 손가락 굵기를 물어 본 적 없으니 내 새끼손가락에 대충 맞춰서 깍고 문질러 한 쌍 줬는데, 작다. 엊 저녁에 처음 알았..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9.02.06
립 써비스 "오데 나가나?" "오늘 할머니들캉..." "오늘이 벌써 9일이가? 알았다." "내 머리 잘 나왔지요?" "원래 이뿐데 머..." "치~~^^" 좋은 갑다. 거짓말인줄 뻔히 알겠지만... 립 서비스도 자주 해야지 모처럼 할라카니 입술이 마르고 온몸이 간지럽다. 입술에 침이나 좀 바를 걸... "갔다 오께요. 아참, 공방 가는교?"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9.01.09
성급한 마음 햇살이 좋아 작은 똥가리 하나 거머 쥐고 창가에 앉았더니 머리가 또 지끈 거린다. 이런 증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돋보기를 쓰야 했던 사십대 후반부터 생긴 증상이다. 이유 없이 편두통에 관자놀이 까지 지끈 거리다가 급기야는 눈 뿌리가 빠질 듯 한 이 증상은 오랜 세월 겪다 보니 시력감퇴시에..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9.01.05
쉰 아홉의 몸살 "와 이래 늦었노?" "병주네 들려서 침 두대 맞고 오느라고..." "와?" "팔굼치가 자꾸 아파서..." "...................." 평생 그 모습으로 남아 있으리라 했더니 그녀도 어느새 쉰 아홉의 마지막 한달을 남기고 예순이라는 숫자에 주눅 들어 더러 멍한 표정을 비치기기도 하지만 모른 척 시선을 피해준다. 낸들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8.12.08
첫눈 눈이 오네요. 길건너 초등학교 교실에선 꼬맹이들의 환호성이 그대로 들리고 아내도 덩달아 앞창에서 뒷창으로 방안에서 분주합니다. 눈이라면 지겹기까지 한 강원도 출신인데 그럼에도 아직 첫눈은 항상 반갑고 설레게 합니다. 희뿌연 하늘과 짙푸른 상록수 그늘에서 춤추는 그 하얀 눈송이들을 바..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8.12.05
입동이라는데... 개발논리로 포크레인이 휩쓸고 간 작은 마을엔 조상대대로 내려온 삶의 뿌리라고 프랭카드 내걸리고 철거된 보금자리 대신 컨테이너 박스가 자리 잡았는데 쥐꼬리만한 보상비에 울부 짖는 잔해 그 곁에 발갛게 익은 고추밭을 서성이는 등 굽은 할머니와 길 손 발치에서 재롱 떠는 철없는 강아지들...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8.11.10
慢行...게으른 산책 오데 가꼬...오데 가꼬... 멀리 갈라니 씻기도 싫코... 에라 모자 눌러 쓰고 강변에나 가자. 수영강 산책로 따라 설렁설렁 걷는다. 뭐 바쁠것도 없고, 오라는데는 더더욱 없고... 뒷짐 지고 느릿느릿... 이 산책로의 길이가 십리 남짓한데 빨리 걸으면 왕복 100분 정도 걸리지만 오늘은 가는데만도 두어 시..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8.11.03
흔적 꽃 피고 꽃 지면 열매 맺고 그 열매 스스로 껍질을 깨어 세상에 또 다른 생을 뿌리며 그렇게 휑하니 한 바퀴 돌고 가는... 태어나 언제쯤 뭘 하고 또 언제쯤 뭘 하다가 어느때쯤 어찌 될거라는 대충 그렇게 틀에 맞추어 고만가만한 키로 햇살 다투며 살다가 그렇게 왔던 길로 돌아가는 그게 사는 이치로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8.10.07
잃어버린 풍경 발그레 익어가는 감들... 아파트에서 보는 그 풍경은 삭막함을 가려 주는 계량할 수 없는 가치라 그 것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맙다 그랬는데 하릴없어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돌다보니 불과 며칠 사이에 주차장 쪽의 대추는 한알도 없고 그 곁의 석류도 높은 곳에만 겨우 남아있다. 앞쪽 화단에 .. 바람소리/작은이야기 2008.09.27